엄선우와 신세희 및 신유리 앞에 나타난 건 민정연이었다. 4일 전과 비교했을 때 민정연은 훨씬 더 맑아 보였고, 그저 눈 밑엔 여전히 다크서클이 있었고, 얼굴은 살이 빠져서 귀신 같았다. 이런 그녀가 진한 화장을 하고 비싼 긴 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진짜 원한이 가득한 처녀귀신 같았다. “신세희! 잘 지냈니?” 민정연이 먼저 신세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줌마, 안녕.” 신세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유리가 먼저 말했다. 민정연은 예의바른 척했다. “네가 부유리구나?” “누가 부유리라고 그래? 난 신유리야!” 신유리는 속셈을 모르고 생각없이 대답했다. 민정연은 머리를 탁 쳤다. “아, 맞다 내 기억력. 그러네, 너 신씨였구나, 신유리.” 신유리는 민정연을 향해 혓바닥을 내밀었다. “못생긴 귀신이 내 이름을 기억하다니, 정말 역겹네.” 어린 꼬맹이가 어른처럼 말을 하니 엄선우는 뒤에서 웃겨서 웃었다. “너 뭐라고 했어!” 민정연은 순간 화가 났다. 신유리는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은 뒤 엄선우 옆으로 왔다. “아저씨, 저 여자 귀신 좀 쫓아내줘.” 이 꼬맹이! 정말 나빴다. 상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우선 엄마의 힘을 아껴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비서를 앞세워 나섰다. 하지만 엄선우는 기꺼이 나서는 걸 원했다. 그는 신유리를 안은 뒤 날카롭게 민정연에게 말했다. “아가씨!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차려 입고 부씨 가문 연회에 오시다니 말이에요. 설마 며칠 전에 무릎 꿇고 도련님에게 빌던 걸 잊으셨나요? 도련님께서 서씨 집안 어르신과 서준명 도련님을 생각해서 봐드린 거예요. 하지만 도련님께서 아가씨의 은행 계좌를 모두 막으라고 지시하셨죠.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아가씨께서 어디서 난 돈으로 이렇게 화려하게 옷을 사서 입고 오신건가요? 또 누구의 허락으로 여기에 오신 거죠?” 질문을 한 뒤 엄선우는 뚫어져라 민정연을 보았다. 원래는 민정연이 대답을 못 할 줄 알았으나, 엄선우
“민정연씨! 여긴 저희 대표님의 사모님이세요. 말 조심하세요!” 엄선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민정연은 차갑게 웃었다. “대표님 사모님이요? 신세희가 아직 F그룹 대표랑 결혼식 안 올린 건 그렇다 치고, 요즘은 결혼한지 10념이 넘어도 이혼하는 마당에, 얘가 평생 대표 사모님일 거라고 누가 보장하는데요?” 이 말은 이미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너무 화가 나서 엄선우는 당장 신유리를 내려놓고 그녀를 패고 싶었다. 그런데 신세희가 막았다. 신세희는 민정연을 보며 웃었다. “민정연씨, 제 딸 말이 맞네요. 당신 같이 추한 모습을 모르는 여자는, 이런 연회장에 오더라도 사람들한테 비웃음만 당하는 존재겠죠. 근데 사람들한테 비웃음 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신경 쓸 이유가 있나요? 우리 연회에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거잖아요.” “너!” 민정연은 화가 나서 호흡이 가빠졌다. “죄송해요, 계속 밖에 서서 사람 기다리실 건가요? 그럼 전 먼저 들어갈게요, 여긴 제 집이라서요.” 신세희는 당당하게 민정연에게 말했다. 잠깐 멈췄다가, 신세희가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민정연이 갑자기 소리쳤다. “사모님, 들어보니까 요즘 저희 사촌동생 민정아랑 사이가 좋으시다던데. 오늘 과연 이 연회에 걔가 올까요? 만약 오면 어떻게 될지 맞춰 볼래요?” 신세희를 이길 수 없으니 민정연은 바로 민정아를 무기로 사용했다. 신세희는 역시 고개를 돌렸다. “무슨 뜻이에요!” 마침 이때, 민정아와 엄선희가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두 여자는 신세희가 이미 민정아랑 싸우고 있는 걸 보았고, 민정아와 엄선희는 바로 손을 잡고 치마를 잡은 뒤 민정연과 신세희가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아이고! 민정아는 다행히 예전에 자주 힐을 신어 왔어서 뛰어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엄선희는 이전에 힐을 거의 안 신었어서, 한 발짝씩 뛰는 모습이 비참했고, 엄선우는 자신의 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신유리도 웃느라 입을 다물지 못
민정아의 당황한 표정을 보자 민정연은 신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박수까지 치고 싶었다. 이 며칠동안 민정연은 너무 억울해했다. 지금까지 민정아는 늘 민정연의 말을 강아지처럼 잘 들었고 충성심이 강했다. 민정연이 민정아에게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민정아는 동쪽으로 갔고, 민정아에게 누구에게 욕 좀 하라고 하면, 민정아는 절대 그 사람을 가만두지 않았다. 그때, 민정연이 처리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다 민정아에게 나서라고 시켰고, 그렇게 되니 미움을 받은 사람은 다 민정아였다. 그런데 민정연은 거만하고 차갑고, 진중한 아가씨 역할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자현이 신세희를 위해 주최한 그 파티 이후로, 민정아는 더 이상 민정연의 말을 듣지 않았다. 쓸모 없는 강아지가 되었다. 그러니 민정연은 당연히 민정아를 옆에 두지 않았고, 삼촌과 숙모를 시켜 매정하게 민정아를 쫓아내라고 했다. 민정아는 밖에서 밤새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사실 민정연은 다 알았지만, 그녀는 이게 강아지가 받아야 하는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민정연이 생각하지 못 했던 건, 돌아갈 집도 없이 불쌍한 강아지 민정아가 구서준의 호감을 얻고 있다는 거였다. 구서준이 누구인가! 민정연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 하는 남자 아니었나? 서울에서 제일 돈이 많은 집안 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이었다. 구서준은 비록 비중이 크진 않지만, 그의 아버지 삼촌, 할아버지는 모두 군사쪽에서 엄청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만약 구씨 가문에 시집을 갈 수 있다면, 그건 조의찬과 결혼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남자가 민정아 손에 있으니, 민정연은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민정아의 피를 다 마셔버리고, 민정아의 뼈를 다 부셔버리고 싶었다. 민정연이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때, 서씨 집안 어르신이 그녀를 돕길 원했다. 사실 민정연은 서씨 집안 어르신이 이렇게 해주는 건 신세희가 너무 미워서 라는 걸 알았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신
소문이란 자극적이고 무성할수록 더욱 재미있는 법이었다. 오늘 부씨 집안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평소 F그룹이나 부씨 집안과 조금이라도 왕래가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초대받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부씨 집안 며느리를 소개하는 이번 연회에 결혼식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모두 부씨 저택 문 앞에 몰려들어 신세희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신세희와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서 있는 엄선희, 민정아는 이곳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걸 매우 큰 영광으로 여긴 사람들은 모두 한껏 꾸미고 온 상태였다. 그러니 이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세 사람은 상대적으로 수수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분위기 덕분에 그들의 청초함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다. 특히 아주 심플한 연한 남색 드레스를 입은 신세희는 새하얀 피부, 연한 화장과 한데 어우러져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사람들 무리에서 별다른 장신구 없이도 홀로 여신처럼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오히려 보석을 한껏 두른 사람들은 신세희의 청초함과 비교했을 때 조금 과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신세희를 향해 복잡한 눈빛을 보냈다.그러나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과, 부소경이 신세희를 위해 보란 듯이 사람들을 응징했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무수한 소문 때문에 감히 신세희를 건드리지 못했다. 하여 그들은 민정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정연도 그때 하마터면 죽을 뻔했으니 사람들은 그녀가 지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미소 지으며 현장의 사람들을 쭈욱 둘러봤다.“저는 오늘 임서아 씨의 친구로서 이 연회에 참석하게 된 겁니다. 저는 서아 씨의 드레스는 이번 연회에 참석한 그 어떤 분들 것보다도 아름답다고 감히 자신할 수 있습니다. 다들 나중에 직접 보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부 대표님이 서아 씨를 위해 샤란에서 직접 제작한 드레스니까 당연한 거겠지만요.”겉보기엔 모든 사람을 향해 던진
민정연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구 대표님, 저 민정연이에요.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니까 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오늘 제가 구 대표님 파트너라고...” 한편 깜짝 놀란 민정아도 갈팡질팡했다. 그녀는 이렇게 부자들만 모이는 곳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었다. 잔뜩 주눅 든 그녀는 만약 민정연의 말대로, 정말 이곳에 혼자 남아 남들에게 멸시받게 되었더라면 당장 벽에 머리를 박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구서준이 닭살 돋는 수식어를 붙여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민정아는 그만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예전에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일 따윈 없었지만 체면을 중시하게 된 지금은 자주 부끄러워하곤 했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기... 구 대표님.”구서준은 다정하게 민정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바보 같긴. 이렇게 멋있고 잘 생기고 돈도 많은 남친을 뒀으면서 남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었어요? 내가 제때 와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또 사촌 언니한테 괴롭힘 당할뻔 했잖아요!”할 말이 없었던 민정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구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걔가 누군지 몰라요?” “정연 언니...” 민정아는 제 사촌 언니를 말리려고 했다. “입 닥쳐. 개 같은 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민정연은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습관대로 민정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늘 민정아가 만만했다. “뭐...?” 민정연에게 대뜸 욕을 얻어먹은 민정아는 그대로 되갚아주지 않기 위해 모진 애를 써야 했다. 그녀는 더는 민정연이 무섭지 않았다. 민정연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미는 터라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부어줄 수도 있었지만 신세희 체면을 고려해야 했다. 신세희가 부씨 집안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이 매우 험난했다는 걸 친구인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으니 차마 신세희에게 피해를 줄 순 없었다. 민정아는 화를 꾹 눌러 참으며 눈시울을 붉힌 채 침착한 목소리로 민정연에게 충고했다. “정연
민정아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민정아는 항상 그녀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했었는데 딱히 생각도 없고 주견도 없었으며 제일 잘하는 거라곤 개처럼 누군가를 덥석 무는 일이었다. 그런 민정아가 이젠 개가 되기 싫다며, 그녀에게 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민정연은 잔뜩 켕기는 표정으로 구서준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구서준이 차갑게 냉소했다. “민정연 씨. 당신이 대체 뭔데? 조의찬이 내다 버린 쓸모없는 물건 주제에, 감히 나를 엮으려고 들어? 내가 남이 버린 물건을 가져다 쓰는 거지로 보여?” “......”민정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그리고 잘 알아둬야 할 거야, 민정연 씨. 우리 정아 씨는 내 소중한 여자친구야. 눈치가 있다면 당장 정아 씨 집에서 꺼져. 정아 씨네 집에서 얹혀사는 주제에 감히 정아 씨를 모욕해? 보통 사람들도 이렇게는 안 해. 게다가 당신은 사촌 언니잖아! 이렇게 지독한 여자니까 조의찬도 싫다 그러지.”구서준은 가차 없었다. 민정아를 싫어했을 적에도 그녀에게 모진 독설을 퍼부었던 적이 있었으니 민정연은 더욱 거리낄 게 없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민정연을 바라보며 민정아는 조용히 구서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구 대표님...” 그제야 구서준이 기운을 누그러뜨렸다. “당신이 내 여자친구의 사촌 언니인 걸 감사하게 여겨. 난 여자도 때리는 사람이거든. 이런 식으로 내 여자친구를 욕보인 사람들은 진작 나한테 얻어맞고 산 밑으로 굴러갔을 거야.”“......” 구자현이 신세희를 망가뜨리기 위해 벌인 파티에서 치욕을 당한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날 신세희를 모욕하려 했던 모든 여성이 똑같이 치욕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있는 집안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장소였다. 잘만 이용한다면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었건만 저번보다 더 심한 수모를 당할 줄이야. 초반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그녀의 얼굴은 누렇게 변했다가 다시 잿빛이 되었다가, 지금은 부끄러움에 더없이 창백해졌다. 모든 건 단 1분 사
고개를 돌려보니 임지강과 허영 부부였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그들을 담담하게 쳐다보던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 “두 분 화해하셨네요?” 신세희를 바라보고 있자니 임지강은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허영을 옆으로 밀친 그가 씩씩거리며 신세희 앞으로 다가왔다. “넌 오늘 내 손에 뒈질 줄 알아.” “임 사장님.”신세희 뒤에 서 있던 엄선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를 제지했다. 반쯤 허공에 들렸던 임지강의 손이 얌전히 내려앉았다. 그는 이번에 엄선우에게 화를 냈다.“엄 비서, 줄 잘 서요. 당신 월급 주는 사람은 신세희가 아니라 부 대표님이에요. 나중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 싫다면 처신 잘하는 게 좋을 거요.” “이 늙은 괴물 같은 게. 우리 엄마를 때리려고 들어? 내가 확 물어버릴 거야!” 자기 이미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꼬마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새 쏜살같이 임지강에게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콱 물어버렸다. 임지강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신세희가 다급하게 신유리를 불렀다. “유리야, 그렇게 함부로 물면 어떡해? 더럽잖아. 세균이라도 옮으면 어떡하려고? 바보야.” 그 말을 들은 허영이 발끈했다. “더럽다고? 지금 네 양아버지를 더럽다고 했어?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니? 배은망덕한 것, 우리가 8년 동안 원수를 키웠구나. 네가 여긴 웬일이냐? 우리 딸과 부 대표님을 위한 연회 자리에 왜 네가 끼어들어?” 차갑게 비웃은 신세희가 허영에게 귓속말했다. “허영 씨. 냄새 안 나게 잘 씻었어요? 앞으로 조심해요. 제대로 안 씻으면 당신 남편이 언젠가는 눈치채고 말 거예요.” 그 말을 들은 허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 너 지금 무슨 소리를...” 신세희가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지금 당장 임지강 씨를 패버려야 한다는 거죠. 우리 엄마가 과연 무슨 편지를 남겼을까요?” 허영이 코웃음 쳤다. “아직도 이간질이니?” “그럴 리가요.”신세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신세희는 이 모든 광경을 덤덤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추하긴.’ “엄마, 엄마. 대체 무슨 수로 두 사람을 싸우게 만든 거야?” 신유리의 물음에 신세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엄선우가 선수를 쳤다. “이건 말이야...” ‘이간질’이라 말하려고 했던 엄선우가 아이의 교육 차원에서 냉큼 말을 바꿨다.“불난 집에 부채질이라고 하는 거야.” “엄마, 불난 집에 부채질은 진짜 최고야, 둘이 싸우고 있어!” 신유리는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고 엄선희와 민정아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때 곁에서 지켜보던 구서준이 입을 열었다. “셋이 모이니 천하무적이네요. 세희 씨는 냉정하고 총명해서 책사에 어울릴 것 같고, 선희 씨는 입담이 훌륭하고, 정아 씨는...” 민정아가 민망한 듯 웃었다. “나는 뭔데요?” 구서준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난 막돼먹은 여자가 좋아요. 막돼먹은 여자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구서준이 말로 여자를 잘 홀린다는 건 민정아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펼쳐지겠어요.” 구서준이 흥미롭게 말했다. “왜요, 갑자기 임서아 씨나 정연 언니를 도와주고 싶어졌어요?”민정아가 정색하며 따지자 구서준이 능글맞게 대답했다. “정아 씨는 그럼 세희 씨 편에 서기로 했어요? 임서아 씨와 사촌 언니를 상대하려고?” “맞아요.” 민정아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랑 선희 씨는 이미 약속했어요,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무조건 세희 씨 편을 들기로.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지키고 있으니 세희 씨가 혼자서 괴롭힘 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흥, 막돼먹은 여자랑 욕쟁이 말고도, 신유리 요 조막만 한 꼬맹이도 꽤 쓸모가 있더라고요? 어쩌면 우리 네 사람이 이 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요!” 민정아는 전혀 거리낌 없었다. “그럼 부 대표님도 두렵지 않겠군요?” 구서준이 흥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민정아의 대답을 기대하